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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찾고, 분석해주세요.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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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역 10분 거리에 위치한 지하 연습실이다. 한 빌라 건물로 들어가 한 층 내려가면, 신발장과 함께 연습실 입구가 보인다. 마중 나온 A와 함께 연습실 안으로 들어간다.

 

배우 두 명이 가운데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고, 나머지 인원은 그것을 바라보거나 대본을 보고 있다. 그 중 한 명은 그 모습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그들을 한 명씩 관찰해본다. 누가 배우이고 누가 연출가인지, 또 외부인이 나 말고도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다 연기를 하고 있는 둘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가고, 이내 그들의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 운전하다가 차를 세우는 듯한 액팅 후에 펼쳐지는 둘의 호흡은, 갈등의 절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야 이 극의 자세한 서사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러다 또다시 저 멀리 내 맞은편 벽에 기대어 앉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세 명 정도가 딱 붙어 앉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 옆에는 작은 트리가 놓여있다. 다이소였나? 아무튼 어디서 본 적 있는, 아직은 꾸며지지 않은 작은 트리다. 지금 가운데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에 쓰이진 않는데, 저 여자들도 배우이며 저들이 연기하는 장면에서 쓰이는 소품인가?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배경인 걸까? 추측해본다.

 

A가 나에게 앉으라며 의자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다들 바닥에 앉아있어서 약간은 눈치가 보이지만 굳이 거절하진 않는다. 내가 앉은 자리 곁엔 빈티지 브라운관 tv가 놓여 있다. 옛날 배경의 이야기인가? 또 추측해본다.

 

연습이 끝났다. 아마 극 전체가 아니라 두 배우가 등장하는 하나의 장이 끝난 것 같다. A는 극단원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짧은 인사 후에 A는 조용히 나에게 ‘어때?’라고 물어본다. 정확히 뭐가 어떻냐는 건지 모르겠지만 ‘좋은데요?’라고 대답해본다.

 

한 남자가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음 장을 연습할 거라고 말한다. 저 사람이 연출가인가보다. A한테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또, 연습 중인 배우들을 카메라로 촬영하던 사람은 영화 연출가이며 이번 극의 연습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외부인이 나 말고 또 있고, 그 또한 자신의 작업을 위해 공연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휴식 시간이 끝난 후, 다음 장에 등장하는 배우 두 명이 가운데로 가 연기를 시작한다. 남배우 한 명, 여배우 한 명인데 남배우는 구석에 놓여있던 빨간색 선물 보따리를 어깨에 들고 등장한다. 산타할아버지 같다. 역시 크리스마스 배경이 맞나보다. 극 속에서 둘이 싸우다가, 여배우가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뱉는 대사가, 무심하게 들으며 패드로 드로잉을 하고 있던 나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향하게 만든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두 번째 런도 끝났다. 이번엔 A가 할 차례라고 한다. 내가 이곳에 왔을 때 두 명의 배우가 연습하고 있던 그 장을 연기한다. 더블 캐스팅인가 보다. A가 아주 열연을 한다. 그러다 본인의 본모습과 너무 잘 어울리는 대사를 쳤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가, 눈치를 보며 입꼬리를 내린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게, 해당 장에서 한 인물이 내내 운전을 하는데, 마임으로 한다. 본 공연 때 마임으로 하지는 않을 거고, 어떤 도구를 쓰는 걸까? 둘의 연기가 끝날 떄까지 기다렸다가 A에게 물어본다. 운전대를 직접 만들 거라고 한다. 어떤 모습의 운전대일지 궁금해진다.

Don’t lose it, 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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