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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분     잘리면 나 여기 취직할 거다.

애린     왜 이래. 꽃가게에는 꽃다운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거라고.

옥분     내 다른 건 몰라도 너의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은 높이 산다. 세상에, 그렇게 큰 교통 사고가 났는데 너는 여기 꽃가게를 얻을 생각을 다 했니?

애린     내가 뭐랬어? 해마다 사람들이 여기 찾아올 거라고 했잖아. 사람들이 거기에 빈손으로 가겠어? 언니, 사람 마음 다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남도 하고 싶어 해.

옥분     무서운 년.

애린     언제나 꽃가게 할 거야, 난. 이번에는 밝은 꽃을 팔아야지. 아까 그 지갑 주인처럼 맨 날 울상만 짓는 사람들 상대하지 말고.

옥분     그 남자 알아?

애린     내가 미워하는 남자야. 잊지 못하는 남자. 다른 사람들은 다 잊는데 그 사람은 아직 못 잊나 봐.

석호     장사하시나요?

애린     아, 네. 어서 오세요.

석호     꽃 좀 사려고. 근데 제가 잘 몰라서요.

애린     어느 분 드릴 건데요?

석호     잃어버렸던 사람이요. 다시 찾을 사람. 

애린     네?

석호     그냥 예쁜 걸로 주세요. 너무 화려한 건 말고.

애린     이리 와서 한번 보세요. 

옥분     어머, 매미야!

애린     정말? 웬일이야.

석호     미쳤던 건 아니네. 

애린     네?

석호     아닙니다. 프리지어로 싸주세요. 얼마죠? 

애린     돈 안 주셔도 돼요. 크리스마스 선물. 

석호     그건 어제였는데.

옥분     그냥 줄 때 받으세요. 쟤 마음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애린     네. 그러세요. 그런데 조금만 이따 드릴게요. 매미 소리 좀 듣고.

Don’t lose it, 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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