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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잽싸게 거실 불을 끄는 선미. 현관 앞에 지친 표정의 산타가 나타난다. 옷에 쌓인 눈을 털어낼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집 안에 누가 있는지 문에 귀를 대고 확인하는 산타,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구를 꺼내 문을 딴다.
산타 쉽게 좀 가자. (사이) 이렇게 보람찬 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 좀 열리자, 응?
사이,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든다.
산타 계속 울면 선물 없다.
선미 괜찮아.
산타 아깐 선물 안 줬다고 없애버린다며?
선미 더 큰 선물을 받았어.
산타 누구한테? 난 아무것도 안 줬는데?
선미 아빠한테. (사이) 잃고 나야 받을 수 있는 선물.
산타 그럼 나한테도 줬겠네!
산타 울면 안 되는데. 선물 못 받는데! (크게 울며) 머리카락 안 나는데! 빌어먹을!
선미 난 매일 울고 싶었어. 아빠가 밤마다 몸이 가렵다고 비명을 질렀거든. 당뇨였어. “선미야, 너무 가려워. 선미야, 어떻게 좀 해다오. 선미야, 제발…….”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줄줄 흐를 때까지 온몸을 긁어댔어. 근데 이상하게 그럴 때마다 그 노래가 떠올랐어. (낮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그래서 난 울 수가 없었어. 무서웠어. 내가 울면 아빠가 돌아가 실까 봐.
산타, 더욱 격렬하게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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