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캐릭터를 찾고, 분석해주세요.

2024.09.26

KakaoTalk_20241107_015112676_01_edited_e

4시간 정도 잤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0:30부터 진행된 디지털아트 전시 관람 수업이 끝난 후 다음 강의까지 2시간 반 정도가 남았는데, 극장에 갈지 말지 고민한다. 지금 한창 셋업 중일텐데, 난 너무 졸리고 배고프다... 여유롭게 밥을 먹을지, 잠깐이라도 극장에 가서 공간을 살펴보며 셋업을 도울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후자를 선택하고 혜화로 가는 버스를 탄다.

극장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작년 A가 올린 공연과 같은 극장이다. 건물 앞에서 A와 나, 수연이가  함께 사진을 찍었었고, 셋의 옷 색깔이 모두 같아서 웃겼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분주하게 무대를 만들고 있는 남자 단원들이 보인다. 여자 단원들은 대기실에서 소품을 정리하고 있거나 극장 주변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극장 객석에 자리를 잡은 나를 발견한 A는 나에게 인사를 한다. 다른 단원들이 따라서 인사를 건넨다. 도와줄 게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한사코 괜찮다며 편하게 앉아있으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렇게 대답할 걸 알고 물어보긴 했다. 나였어도 그렇게 대답했을 거다. 

잠시 구경을 하다가 A에게 다가가 진짜로 도울 거 없는지 조용히 물어보니, A는 검정색으로 페인트칠 되어있는 가벽과 운전대를 가리키며 어떻냐고 물어본다. 가벽들의 길이가 맞지 않아 페인트칠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운전대도 제대로 칠이 되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저 부분만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들은 꽤 빠른 속도로, 잘 무대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잠시 앉아있다가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이 되어 자리를 뜬다.  극장 앞에 단원 한 명이 서있다.

'가시는 거예요?'

'네. 학교 갔다가 다시 올 거에요.'

.

운동생리학 강의가 끝나자마자 다시 혜화로 향한다. 극장에 도착하여 들어가보니,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대기실 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무대 뒷편의 상황을 지켜본다.  리허설이 시작되고, 아직 등장까지 시간이 남아 대기 중인 배우 E와 F는 나에게 와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몇 회차 공연 보러 오실 거예요?'

'아마 첫공이랑 막공 볼 것 같아요.'

'A한테 말씀 하셨어요?'

'아뇨. 그냥 제가 티켓팅 했어요.'

'왜 돈 내고 보세요. 말씀하시지.'

'돈 내고 봐야죠.'

'막공 끝나고 쫑파티 오세요?'

'아 끝나고 바로 쫑파티 해요? 몰랐어요.'

내 말을 들은 E와 F는 언제부턴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A에게 야유한다. A는 나에게 꼭 오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무대로 나간다. 당황하는 A의 표정은 언제봐도 웃기다.

Don’t lose it, PSE

bottom of page